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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오른쪽)은 “통증은 우리 몸에서 쉬라고 하는 경고 사인이다. 운동은 무리하면 몸을 망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 지팡이를 짚고 걷던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줄기세포 무릎수술을 해 테니스까지 다시 치게 만든 정형외과 전문의다. 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오른쪽)은 “통증은 우리 몸에서 쉬라고 하는 경고 사인이다. 운동은 무리하면 몸을 망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 지팡이를 짚고 걷던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줄기세포 무릎수술을 해 테니스까지 다시 치게 만든 정형외과 전문의다. 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1. 등산 마니아인 윤종빈 크로스 커뮤니케이션스 이사(54)는 올 7월 오른쪽 발목에 통증이 와 정형외과를 찾았다. 아킬레스건염. 약을 복용하고 조심했더니 괜찮아졌다. 하지만 지난달 다시 통증이 생겨 다른 정형외과를 찾았는데 역시나 아킬레스건염 진단을 받았다. 과도한 운동이나 과체중이 원인이라고 했다. 의사는 보통 아킬레스건염은 건에 생기는데 건과 뼈의 접합부에 염증이 있는 것으로 봐 경사도가 있는 곳을 오르는 등산을 많이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윤 이사는 주 2~3회 회사에서 집까지 12km를 걸어서 퇴근하고 매주 주말 북한산을 찾아 6~7km를 걷는다. 많이 걸을 땐 하루 3만보 이상은 걷고 있다. 윤 이사로선 아킬레스건염 탓에 산에도 못 가고 많이 걷지 못해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파워사다리

#2. 축구마니아인 회사원 김모 씨(51)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때 축구를 즐기지 못하다 1단계로 낮아진 10월 다시 축구를 시작했는데 발목 뒤쪽에 통증이 왔다. 처음에는 참고 뛰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지며 걷는 것조차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뒤늦게 병원을 찾아 진단했더니 아킬레스건염이었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리 2.5단계라 축구도 하지 못하지만 치료에만 집중하고 있다.

#3. 회사원 양모 씨(38)는 군대에서 다친 발목 인대가 체중이 불어나며 악화돼 고생하고 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군대에서 천리행군 때 왼쪽 발목 인대를 다쳤다. 하지만 군의관의 치료를 받고 복귀하면서 깁스를 뺄 수밖에 없어 악화됐다고 했다. “부대에선 낙오자가 없어야 한다는 불문율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천리행군 중 두 차례 아파서 치료를 받고도 부대로 복귀할 땐 깁스를 떼 내야 했다. 깁스를 하고 들어가면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얼차려나 구타를 당할 수 있었다. 당시 초기 치료를 잘 하지 못해 이 고생이다”고 했다. 제대한 뒤 쉬면서 좋아졌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하면서 체중이 불었고 최근 다시 탈이 나 깁스를 하고 다닌다. 결혼한 뒤 체중이 12kg이나 불었다. 발목 연골 만성 염좌로 평소 즐기던 축구와 농구는 아예 생각도 못하고 통증 없이 걷는 것만 신경 쓰고 있다.

무리한 운동으로 무릎에 나타난 골극(뼈까시). 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무리한 운동으로 무릎에 나타난 골극(뼈까시). 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운동을 심하게 하거나 체중이 늘어 발목이나 무릎이 손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릎 통증 및 부종, 족저근막염, 아킬레스건염 등 관절 질환이 많다.파워볼

아킬레스건염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질환이다. 물론 운동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두 아킬레스건염을 앓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킬레스건염은 운동을 좋아하지만 잘못된 운동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족저근막염, 무릎 통증도 잘못된 방식으로 운동하거나 무리해서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전문가들은 “통증은 더 이상 움직이지 말라는 몸이 주는 신호”라며 경종으로 알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51)은 “스트레칭 체조 등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운동을 하거나 과도하게 운동할 경우 우리 몸은 움직이지 말라는 신호를 준다. 그게 통증이다. 통증이 오면 쉬면된다. 그런데 진통제를 먹고 참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행위는 몸을 망치는 것이다”고 말했다.

무리한 운동으로 발뒤꿈치 쪽에 골극(뼈까시)이 생긴 사례. 뒤 골극이 아킬레스건염을 유발하는 골극이다. 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무리한 운동으로 발뒤꿈치 쪽에 골극(뼈까시)이 생긴 사례. 뒤 골극이 아킬레스건염을 유발하는 골극이다. 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송 원장은 “우리 몸은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운동을 하면 방어기제가 발생한다. 운동 부하를 못 이기면 쪼그라든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에 근막이 4개가 깔려 있는데 무리하면 쪼그라들어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운동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킬레스건염도 무리하게 걷거나 뛰면 아킬레스건과 연결된 뼈끝에 골득(뼈까시)을 돋게 해 아킬레스건을 자극해 염증을 유발한다. 이도 운동을 쉬게 하려는 몸의 반응이란 것이다. 무릎에 물차는 것, 무릎 통증도 다 마찬가지다. 아킬레스건염과 족저극막염은 자기 몸에 맞지 않은 과도한 운동, 하루 1~2만보 걷는 사람들 중에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하나파워볼

송 원장은 “쉬면 낫는다. 다만 더 빨리 낫게 하려면 병원을 찾아 치료 받고 약물 요법을 쓰면 된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젊었을 땐 근육이 탄탄해 버틸 수 있었지만 나이 들면서 근육이 빠지면 관절 및 관절 주위 인대가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때 도시에서 관절염이 많이 나왔을 때 역학조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때 나이 든 분들 중 엘리베이터가 없는 5~6층짜리 건물을 지어서 아래 층 세주고 제일 꼭대기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관절에 무리가 가 염증이 생긴 것이다. 나이 들면서 근육이 빠지면서 뼈와 연골에 스트레스가 가중돼 나타나는 증상이었던 것이다. 송 원장은 “통증은 몸에서 보내는 위험 사인이다. 절대 무시하지 말고 원인을 찾아내 고쳐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송 원장은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하게 오래 운동하려면 몸 상태를 잘 파악한 뒤 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할 때 이런 통증을 유발하지 않으려면 각 관절상태가 어떤지를 체크하고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다리인데 달리기를 하면 100% 관절염에 걸린다. 슬개골이 바르지 않는데 자전거를 타거나 웨이트트레이닝인 스¤을 하면 무릎이 다 나간다. 건강해지려고 운동하는데 운동하다 망가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송 원장은 운동을 하기 전 ‘운동부하검사’ 하듯 ‘관절건강검진’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운동부하검사는 우리 몸이 특정 운동을 했을 때 심폐적으로 잘 적응할 수 있는 지를 알아보는 검사다. 부하는 운동량으로 일종의 스트레스의 양이다. 몸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지 점차 강도를 높여가며 신체의 반응을 보는 것이다. 운동이 좋은 스트레스라고는 하지만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이겨낼 몸이 아니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게 큰 부상을 방지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길이다. 스포츠과학에 운동부하검사와 운동처방이라는 것이 있다. 신체가 운동 강도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게 운동부하검사고, 이 결과에 따라 적당한 운동을 제시해주는 게 운동처방이다.

송 원장은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관절 건강도 살핀 뒤 운동해야 100세까지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릎 및 발목 MRI(자기공명촬영)를 찍어보고 연골, 인대, 건 등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몸 상태(체중, 키, 자세 등)에 따라 맞은 운동을 해야 부상을 막고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2019년 11월 21일 자 동아일보 오피니언면 ‘양종구 기자의 100세 건강’ 칼럼에 썼던 김충식 OK택시 대표(53). 그는 스키와 사이클을 타다 축구도 하면서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김충식 대표 제공.
2019년 11월 21일 자 동아일보 오피니언면 ‘양종구 기자의 100세 건강’ 칼럼에 썼던 김충식 OK택시 대표(53). 그는 스키와 사이클을 타다 축구도 하면서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김충식 대표 제공.

오늘날 스포츠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너도나도 각종 스포츠에 참여하고 즐기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렇게 즐거워야 할 스포츠가 불행을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스포츠에 대한 잘못된 지식 때문에 스포츠 상해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고 해도 다치고 죽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때 건강했다고 해서 계속 건강하다는 보장은 없다.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는 게 자연의 섭리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를 생각하고 무작정 스포츠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게 스포츠 상해나 사망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몸 상대를 제대로 알고 운동해야 평생 즐길 수 있다.

그렇다면 아프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대체 운동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즐겼던 운동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아 대체 운동을 잘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발목, 무릎이 아프면 과감하게 그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찾아서 하면 된다.

2020년 12월 5일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된 이지혜 한옥호텔 청연재 대표(46). 그는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 수영을 즐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자전거 타기가 활성화되자 사이클까지 타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이지혜 대표 제공.
2020년 12월 5일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된 이지혜 한옥호텔 청연재 대표(46). 그는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 수영을 즐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자전거 타기가 활성화되자 사이클까지 타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이지혜 대표 제공.

달리기나 걷기를 하다 무릎 발목에 통증이 온다면 자전거를 타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통증이 오는 이유가 관절의 질병이 아닌 과도한 활동 때문이라면 자전거 타기는 무릎과 발목에 가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수영도 좋은 대체운동이다. 몸이 물에 떠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모든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다만 어깨를 많이 써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준비운동을 잘 하고 주변 근육을 키우면서 운동하면 탈이 나지 않는다.

운동의 즐거움을 더하고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크로스트레이닝(Cross-Training)이라는 것도 있다. 종목 다변화다. 한 종목만 계속 하면 흥미가 떨어지고 어느 순간 운동이 스트레스가 돼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크로스 트레이닝의 정의는 스포츠나 피트니스 현장에서 다양한 운동으로 몸의 다양한 부위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특정 운동은 특정 근육만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크로스 트레이닝은 이런 불균형을 막기 위한 훈련법이기도 하다.

2018년 11월 17일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된 이영미 작가(53). 운동을 전혀 하지 않다 건강을 위해 수영을 시작했고 달리기도 했고 사이클도 탔다. 결국 ‘철인3종’까지 하게 됐다. 이영미 작가 제공.
2018년 11월 17일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된 이영미 작가(53). 운동을 전혀 하지 않다 건강을 위해 수영을 시작했고 달리기도 했고 사이클도 탔다. 결국 ‘철인3종’까지 하게 됐다. 이영미 작가 제공.

예를 들어 마라톤과 사이클을 하게 되면 마라톤이 잘 안될 땐 사이클을 타고, 사이클이 잘 안 될 땐 마라톤을 하면 된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다양한 종목을 하게 되면 지루함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성취감이 배가 된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사이클을 타다보면 어느 순간 마라톤을 할 때 안 되던 것이 될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특정 종목에 얽매이다보면 해결 되지 않는 문제가 다른 종목을 할 때 해결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다보면 마라톤과 사이클 두 종목 모두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마라톤과 수영의 경우 쓰는 근육이 다르다보니 마라톤 할 땐 수영 때 주로 쓰는 근육이 회복하게 되고 수영할 땐 마라톤 할 때 쓰는 주 근육이 회복하다보니 종목을 바꿀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일종의 테이퍼링(Tapering) 효과다. 테이퍼링 효과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하다가 대회를 앞두고 점진적으로 훈련 강도를 낮춰주면 어느 순간 ‘초과 회복(평소 회복보다 더 많은 회복)’이 일어나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는 이론이다. 마라톤이 힘들고 지겨워 수영을 하다보면 마라톤에서 테이퍼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교 객원 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병원 대표이사)는 “같은 종목을 부위별로 훈련을 달리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의 경우 하루는 상체, 하루는 하체, 하루는 복근 및 등배로 하면 지루하지도 않고 역시 일종의 ‘테이퍼링 효과’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권 교수는 “부상 방지를 위해서도 종목 다변화 운동법이 좋다. 운동을 할 땐 긴장을 해야 하는데 늘 하던 운동을 반복적으로 하면 무의식적으로 하다 다칠 수 있다. 긴장감을 키우기 위해서도 여러 종목을 하면 좋다. 근육도 한 동작만 계속 할 경우 파열될 수 있다. 물론 자기 체력에 맞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라톤에 빠진 사람이 사이클을 타고 결국 수영까지 해 철인3종을 하게 되는 사례가 많다. 이 현상도 일종의 종목다변화로 보면 된다. 운동의 즐거움이 배가 되고 부상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종목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중국의약집단(시노팜). © 로이터=뉴스1
중국의약집단(시노팜).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페루 국립보건원이 현재 자국 내에서 시행 중이었던 중국 시노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 임상시험 중단은 참가자 1명이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데 따른 조치다. 길랑바레 증후군이란 말초신경에 염증이 발생해 팔다리에 통증과 마비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헤르만 말라가 페루 국립보건원 수석연구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험 참가자 중 한 명이 길랑바레 증후군에 해당하는 신경학적 증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자국 내에서 약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시노팜 백신 임상시험을 실시한 페루는 당초 이번 주에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다.

현재 시노팜 페루 이외에도 아르헨티나·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6만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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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구술, 수상한 섬 수상한 이야기 8] “간첩을 양산하는 것 같아”

[변상철 기자]

▲  농장에 있는 감귤상자를 탁본하고 있는 오경대 씨. 그의 꿈은 농사를 통해 성공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 한톨

제주 중문에서 감귤, 한라봉 농사를 짓고 사는 오경대씨는 북한에 납치되었다가 돌아와 간첩으로 조작된 피해자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살던 1960년대 어느 야심한 밤, 한국전쟁 당시 행방불명되었던 이복형이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쳤다. 오씨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형이었지만 어머니가 그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한국전쟁 후에 행방불명되었던 그가 갑자기 나타나 잠시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이복형이 일본에 산다며 내미는 거류민단증과 외국인등록증을 보고서는 더 의심할 수 없었다.

일본인줄 알았는데 북한

이복형은 자신이 일본에서 무역업을 하는데 목포를 오가는 중에 잠시 들렀다고 했다. 이복형은 오경대에게 일본으로 건너가 함께 무역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제주는 가난을 극복해보고자 일본으로 건너가 돈벌이를 하기 위해 한집 건너 한집이 밀항을 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더욱 이복형이 던진 제안은 솔깃했다. 그렇게 이복형을 따라 나섰던 오경대가 도착한 곳은 북한이었다. 이복형의 거짓말로 인해 북한으로 납치된 것이었다. 북한에 납치된 오경대는 그곳에서 제주로 돌아오기 위해 온갖 핑계를 댄 끝에 4일 만에 돌아올 수 있었다.오경대의 구술 = “나는 참 모르고 일본으로 간다고 해서 속아서 갔어요. 거기(북한)서 빨리 나와야 하니까 제주로 돌아오려고 이리 저리 궁리를 했어요. 그때 생각이 난 것이 하나 있었어요. 당시에는 제주도에 먹을 것이 별로 없으니까 민물 게를 많이 잡아먹었는데, 그때는 익혀서 잘 안 먹고 날 것으로 먹었기 때문에 폐디스토마가 많이 걸렸어요. 폐디스토마가 걸리면 기침 할 때 빨간 것이 같이 나오거든. 나도 폐디스토마가 걸렸거든요. 그래서 그쪽 사람들하고 밥 먹을 때 일부러 기침하고, 토하고 하면서 폐디스토마 걸렸다고 시위를 했죠. 북한 애들이 보니까 내가 위험한 거 같거든. 원래는 나를 한 달 정도 교육을 시키고 하려고 했는데 위중한 것 같으니까 나를 얼른 보낸 거죠. 그래서 4일 만에 온 거예요.”

▲  오경대 씨가 납치되었다가 돌아온 논짓물 해변에 서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한톨

집으로 돌아온 오경대는 어머니에게 곧바로 수사기관에 신고하자고 하였으나 복병이 있었다. 당시 제주에 살고 있는 이복형의 친모가 반대했던 것이다. 오경대가 신고하면 북한에 있는 아들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며 반대하는 큰 어머니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던 오경대는 결국 불고지죄를 비롯해 간첩죄까지 씌워져 수사기관에 잡혀가고 말았다. 담당 수사관에게 자신은 이복형에게 속아 북한에 납치된 것이며, 부모님 말을 거역하지 못해 신고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지만 오경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이미 공안기관의 결론이 나 있는 상태였다.

오경대의 구술 = “큰 어머니하고 자수하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나 참아달라는 거예요. 아들 한 번 만날 수 있게만 해 달라 그러시는 거예요. 지금 시절이야 그렇지 않지만 옛날에는 집안 어른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 거절을 어떻게 해요. 결국 그때 신고를 하지 못했죠. 그리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농사짓고 살았어요. 그러다가 67년 3월 26일 새벽인가 붙잡혔어요. 나는 땅 만평 농사짓고 사는 게 꿈이었어요. 그 때 땅 값이 5천 평에 백 원, 팔 십 원 했을 때인데 땅을 사가지고 개간하려고 했어요. 그런 준비를 하다가 잡힌 거죠.

원래 그 전날 경찰이 찾아와서 요즘 뭐하고 지내느냐며 이것저것 묻길래 낌새가 좀 이상했죠. 그래도 뭐 그런가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냈거든. 그런데 다음 날 새벽에 중앙정보부에서 딱 온 거라. 그날 잡혀가지고 제주시 칠성통에 갔었는데 지금은 자리가 기억나지 않는데 무슨 무역상사인가 간판이 된 건물로 들어갔어요.거기 끌려가 가지고 무자비한 매를 맞고 견디다 못해 진술서를 네 번 썼습니다. 어머니한테 3만원 공작자금으로 드렸다, 그렇게 쓰라는 거예요. 또 거기서 살아나오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원으로 가입하고 도장 찍었다 , 이렇게 하라는 겁니다. 거기에다가 아버지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잡혀간 그 일을 연관시켜서 15년 형을 준 겁니다. 같이 잡혀간 우리 형님은 얼굴 보니까 중앙정보부에서 고문을 많이 받았는지 얼굴이 형편없이 되어 버렸어요. 그 분은 성질이 아주 강해가지고 판사 앞에서 ‘나에게 죽음을 달라’ 해버렸어.”

▲  그가 서울로 연행될 때 이용했던 알뜨르 비행장.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과 이곳에서 군용비행기를 타고 오산비행장으로 이동해 남산으로 연행되었다고 한다.
ⓒ 한톨

전향 강요

법정에서 차라리 죽여 달라는 외침이 나올 정도로 고문은 심각했고, 무자비했다. 이 사건으로 형님들과 누이들이 모두 모진 고문을 받아야 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야말로 한 순간에 집안이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분단으로 헤어졌던 핏줄을 만난 대가는 혹독했다. 속아서 이북에 다녀왔지만 신고하지 않은 것 외에는 죄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 순진한 농부는, 정권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피할 길이 없었다.

오경대의 구술 = “(이복 형) 생모가 제주시에 살았어. (북에서) 돌아와서 생각을 하니까 큰 어머니에게 (이복형 생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한국전쟁 전에 공부 잘한다고 서울까지 유학을 보냈던 자식이 전쟁으로 행방불명이 되어가지고 그래서 살았는가 죽었는가 오매불망 부모 마음이 그렇지 않습니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내가 이북에 끌려 가 있을 때 이북 사람이 하는 말이 ‘만약에 제주도로 돌아가서 신고하면 온 가족을 몰살시킬 테니까 그렇게 알라.’ 그렇게도 말했다고요. 꼭 그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내 생각에는 단순히 생각해서 ‘내가 신고를 안 해도 이북 가서 한 일이 없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죠.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은 생각이죠. 그래서 큰 어머니한테 얘기 안 할 수가 없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큰 어머니는 신고하라고 하겠습니까? 자식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어머님이 ‘나를 죽이고 신고하라’는 거예요.”그렇게 연행된 뒤 간첩으로 조작된 것도 억울한데 교도소에 들어가서는 또 억울한 일을 당해야 했다. 바로 ‘전향 공작’이었다. ‘빨갱이’, ‘간첩’으로 교도소에 들어왔으니 교정기간 동안 ‘대한민국 자유주의 사상’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강광보나 오경대 같은 사람들은 당연히 저항했다. 본인은 ‘빨갱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에서 빨갱이, 간첩으로 조작된 것일 뿐인데도 전향대상자라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 전향할 것이 없는데 무슨 수로 전향을 하겠는가.

▲  오경대 씨가 광주교도소 복역 시절 찍었던 유일한 사진.
ⓒ 변상철

오경대의 구술 = “국가보안법이다 뭐다 해서 간첩은 양산되는 것 같아. 교도소 생활하면서 전향서를 쓰라는 거예요. 아 내가 공산주의자가 아닌데 어떻게 전향서를 쓰라는 건지 앞뒤가 안 맞잖아요. 내 사상을 쓰라는 거예요. 공산주의 사상에서 자유민주주의로 바꾼다고 쓰라는 거지. 난 한 번도 공산주의 사상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 무슨 수로 그런 말을 써요. 그래가지고 한참 동안 있었어. 전향 못 한다고 한동안 버텨봤지만 전향 안 하면 운동도 안 시키고 재소자 시켜서 계속 괴롭히고, 면회도 안 되고 여러 가지 고통을 줍니다. 결국 그래서 나중에 할 수 없이 억지로 전향했는데 그런 식으로 자꾸 빨갱이 아닌 사람을 빨갱이로 만든다니까.

지금 생각해도 나는 공산주의자도 사상주의자도 아닌데 왜 전향을 하라는 거냐, 그게 제일 의문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몇 개월 동안 독방에 나 혼자 가둬놓고 내 사상이 공산주의사상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거야. 그런데 나는 공산주의자도 아니고 간첩 활동한 적도 없고, 나는 대한민국 국민인데 결국 그렇게 괴롭히니 안 쓸 방법이 없지. 전향서를 쓰지 않으면 나오지 못하니까 독방에서 나오지를 못하니까.”
  
그렇게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선언하고 인정받으려는 ‘전향서’를 작성하지만 결국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수감 중이나 출소 후에도 그들은 늘 감시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굴레는 자신만이 아닌 가족과 공동체로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53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은 그는 무죄 선고 후 이렇게 이야기 했다. “판사님이 이제야 저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셨습니다.”

▲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오경대 씨.(2020년 11월 20일)
ⓒ 변상철

연좌제, 보안관찰 등으로 늘 감시받고 조사받으며, 창살 없는 감옥에 살아야 했던 피해자들. 그들은 숨 쉬며 살고 있지만 사는 것이 아닌, 그러한 삶을 살아야 했다.

10명 이상 못모이고 결혼식장-영화관-PC방 등 문닫아..원격수업만
정부, 극심한 경제적 피해에 신중한 태도..향후 유행 상황에 달려

거리두기 2.5단계 앞두고 텅 빈 서울 번화가 거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거리두기 2.5단계 앞두고 텅 빈 서울 번화가 거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일 950명으로 사상 최다 규모를 기록하면서 선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 수준인 3단계로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3단계 적용 시 발생할 극심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우려해 일단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지금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3단계 격상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보고 다각도의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현재 수도권에는 2.5단계, 비수도권에는 2단계가 시행 중이다.

정총리 “확산세 꺾지 못하면 3단계 격상 불가피”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긴급 방역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대의 위기이며 촌각을 다투는 매우 긴박한 비상 상황”이라면서 “지금의 확산세를 꺾지 못한다면 거리두기 3단계로의 격상도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도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우선은 거리두기 2.5단계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3단계 격상이 필요할 경우에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원론적이지만 정 총리와 임 단장이 3단계 가능성 내지 논의까지 언급한 것은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의 거리두기 수준으로는 안 되고, 3단계로 올려야 한다”면서 “물론 현재 격상 기준에 도달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격상 기준을 충족한 후에도 주저하다가 계속 한 박자씩 늦는 조치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3단계 땐 10명 이상 못 모이고 결혼식장도 운영 중단

하지만 3단계로 격상되면 전국적으로 50만개 이상의 시설이 문을 닫아야 하는 등 사회·경제적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정부는 일단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3단계 격상을 두고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은 만큼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미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2.5단계에서 반전시켜야 한다”는 등으로 의견이 나뉜다.

거리두기로 텅 빈 식당 [연합뉴스 자료사진]
거리두기로 텅 빈 식당 [연합뉴스 자료사진]

3단계는 전국적 대유행 상황을 상정한 것으로, 전국적으로 급격하게 환자가 증가하면서 의료체계가 붕괴할 위험에 직면했을 때 취하는 ‘마지막 카드’다.

3단계는 최근 1주간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가 800∼1천명 이상 나오거나 전날의 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증가 시 격상할 수 있는데, 아직은 이 기준에 못 미친다. 최근 1주간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662명이다.

다만 900명대 확진자가 며칠 더 이어질 경우 3단계 기준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

3단계에서는 10인 이상의 모임·행사가 금지되고 의료기관 등 필수시설 이외의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이 중단된다. 영업 중단 시설이 2.5단계에선 13만개지만 3단계가 되면 50만개 이상으로 대폭 늘어난다.

미국·유럽이 단행한 ‘셧다운’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이외에도 사회적 접촉을 강제적으로 최소화하는 조치를 다수 담고 있다.

먼저 2.5단계에서도 문을 닫았던 클럽 등 유흥시설 5종과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홍보관, 노래방, 실내스탠딩공연장, 실내체육시설은 영업이 계속 정지된다.

여기에 더해 인원·영업시간 제한 등의 조건을 달고 운영이 가능했던 결혼식장, 영화관, 공연장, PC방, 오락실, 독서실, 스터디카페, 놀이공원, 미장원, 백화점 등도 문을 닫아야 한다.

2.5단계에서 특별조치로 집합금지 명령을 받은 학원도 마찬가지로 계속 운영이 중단된다.

아울러 실내·외 구분 없이 모든 국공립 시설의 운영도 중단되고, 어린이집을 포함한 사회복지시설은 휴관·휴원이 권고되지만 긴급돌봄 서비스는 유지된다.

스포츠 경기 역시 전면 중단되고, 학교 수업은 원격 수업으로 전환된다.

기관·기업의 경우 필수 인력 외에는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3단계는 전국 단위의 조치로, 개별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단계 조정은 불가능하다.

3단계에서도 집합금지에서 제외되는 시설이 있다.

유형별로 보면 ▲ 정부·공공기관, 물·전기·에너지 등 산업 관련 시설, 기업, 공장 등 필수산업시설 ▲ 고시원·호텔·모텔 등 거주·숙박시설 ▲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 등 음식점류 ▲ 마트·편의점·중소슈퍼·소매점·제과점 등 상점류 ▲ 장례식장·화장장·봉안시설 등 장사시설 ▲ 병의원·요양병원·약국·의료기상사·헌혈시설·동물병원 등 의료시설 등이다.

이들 시설도 이용인원 및 운영시간 제한 등 강화된 방역수칙을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

음식점의 경우 밤 9시 이후에는 포장·배달만 허용되고, 8㎡(약 2.4평)당 1명으로 이용 인원이 제한된다.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텅 빈 대형 쇼핑몰 [연합뉴스 자료사진]
텅 빈 대형 쇼핑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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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양선아의 암&앎][토요판] 양선아의 암&앎
(1) 암 진단
집에 오면 실신하듯 잠자고 출근
전투적으로 일하다가 받은 진단
침착하자 되뇌며 서점으로 직행
거리 두고 차분히 공부할 결심
내 잘못 아닌 걸 알긴 하지만
분노했고 이해도 할 수 없었다

일러스트레이션 장선환
일러스트레이션 장선환

▶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암 유병자(1999년 1월1일부터 2017년 12월31일까지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전국민의 3.6%인 187만명이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0%로 나타났다. 국민 다수가 자신이 암환자가 되거나 암환자의 가족이 되는 경험을 한다. 지난해 12월12일 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한겨레> 사회정책부 양선아 기자가 투병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안타깝게도 암입니다.”

정확히 기억한다. 2019년 12월12일이라는 날짜를. 그날 진료실에서 나는 ‘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 동행한 친정어머니는 얘기를 듣자마자 휘청거렸고, 남편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의사는 “유방암이고 암 크기는 약 2.5㎝이며 전이는 안 된 것으로 보이니 빨리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 인생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암과 나를 한 번도 연결해 생각해본 적 없었다. 2017년 기준, 기대수명(83살)까지 살 경우 우리나라 국민이 암에 걸릴 확률은 35.5%이다. 국민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린다고 하지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중에 암 환자는 거의 없었다. 회사 동료 가운데 암 환자가 몇 명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암은 나와는 동떨어진, 아주 먼 세상 일일 뿐이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맞닥뜨린 사람의 그 황망하고 어이없고 이해 불가였던 심정을 어떤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마른 수건 쥐어짜듯 일하다

“왼쪽 가슴에 혹이 만져져요. 2㎝ 정도 되네요. 가슴 마사지해보면 혹 잡히는 분들 많아요. 요즘은 기술이 워낙 좋아져서 수술 간단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병원 빨리 가보세요.”

일은 많고 좀처럼 쉴 틈이 없는 나날이었다. 곰 세 마리, 아니 열 마리가 내 어깨에 앉아 시위하고 있는 것 같아 하루 월차를 내고 집 근처 마사지숍을 찾았다. 어깨 근육을 풀려면 뭉친 가슴 근육도 함께 풀어야 한다며 가슴을 구석구석 마사지해주던 마사지사는 자신 역시 수년 전 유방에 있던 종양을 떼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노라고 했다. 목욕탕 세신사나 피부관리 마사지사가 유방 쪽 종양을 자주 발견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2019년 한 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내게 역동적인 한 해였다. 교육 분야를 취재하다 사회정책팀 데스크로 발령이 났고, 또 몇 달 안 돼 사회정책팀 팀장이 됐다. 사립유치원, 자사고, 대입 정책 등 교육 관련 굵직굵직한 이슈가 많아 전투적으로 일했다. 그러다 교육, 복지, 노동, 젠더 분야를 포괄하는 사회정책팀 팀장이 되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이 이어졌다.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10시 넘어서까지 일하는 게 다반사였고, 집에 오면 ‘떡실신’해 잠만 자고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 월차도 쓰지 못하는 날이 많아 연말에 몰아 쉬겠다며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일하다 쉬는 첫날 집 근처 유방외과에 갔다.

30대 후반부터 건강검진할 때 유방 엑스선 촬영은 물론 초음파 검사까지 꼬박꼬박 했다. 2018년 말 검진에서도 이상 소견이 없었기에 별일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방 엑스선 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한 뒤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 표정이 어두웠다. 의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문을 열었다.

“혼자 오셨어요?”

“네…. 결과는 어떤가요?”

“왼쪽 가슴에 혹이 있는데 모양이 안 좋아요. 암일 수 있어요. 양성 종양이면 표면이 둥글둥글하고 매끄러워요. 그런데 환자분의 종양 주변은 울퉁불퉁하지요? 조직검사를 진행하면 3일 뒤 정확한 결과가 나옵니다. 확률은 반반이에요. 일단 조직검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보죠.”

‘암이라고? 암? 설마~ 아닐 거야~ 내 건강이 얼마나 좋은데….’

암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머리가 ‘띵’했다. 누군가 뒤통수를 호되게 내려친 것만 같았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조직검사를 진행했다. 의사는 영상을 보면서 가슴 멍울이 있는 자리에 굵은 바늘을 총처럼 발사했다. 조직검사라는 것이 그렇게 금방 끝날 줄이야. 암에 대해 몰랐을 땐, 조직검사라는 말만 들어도 큰 수술처럼 느껴졌다. 검사는 의외로 간단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한쪽 가슴이 뻐근했다.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집으로 가는 마을버스에 오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슬픈 드라마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듯 한없는 서러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난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에이, 아닐 거야. 하늘이 나한테 그럴 리 없어. 나한테 그러면 안 되지. 두 아이 키우랴 일하랴 고생고생하다 이제 조금 살 만하니까 암이라고? 운동도 나름 열심히 했고, 나쁜 음식을 많이 먹은 것도 아니잖아. 아닐 거야. 의사가 확률은 반반이라고 했으니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다’는 신념과 ‘그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마음을 헤집어놨다. 날마다 마음은 쑥대밭이 됐다. 3일이란 시간은 더디게만 흘러갔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불면의 밤은 계속됐다. 가족들에겐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불안감은 똬리를 틀고 내 마음을 집어삼켰다. 특히 두 아이를 볼 때마다 ‘우리 애들은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암 진단을 받은 날, 의사는 다급한 목소리로 수술 날짜를 빨리 잡는 것이 좋겠다며 어느 병원으로 갈지 결정하라고 했다. 아무 준비도 못한 나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부랴부랴 같은 팀에서 일하는 김양중 의학전문기자에게 전화해 조언을 구했다. 김 기자가 추천해준 병원에 진료 예약을 잡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왔지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떤 경험을 할 때마다 그와 관련된 책들을 구매해 관련 정보를 먼저 섭렵하는 습관이 있던 나는 서점으로 달려갔다. 아파트 정문을 통과하는데 무릎이 탁 꺾이면서 넘어졌다. 넋이 나간 상태였나 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신 차려, 양선아! 침착해, 양선아!’라는 말을 수백 번 되뇌었다. 광화문의 한 대형서점에 도착해 ‘유방암’을 검색어로 넣어 책을 찾고 암 관련 코너도 한참 둘러봤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암센터에서 펴낸 <유방암 환자를 위한 치료 안내서>를 비롯해 유방암 관련 책 4권과 생존율 5%라는 말기 간암 진단을 받고도 기적적으로 암을 이겨낸 서울대병원장을 지낸 한만청 박사가 쓴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가 눈에 들어왔다.

1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그날 내가 서점으로 달려간 건 신의 한 수였다. 암 선고를 받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만 있었다면, 그 끔찍한 날에 가만히 앉아 신만 저주하고 있었다면, 아마도 나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못했을 것이다. 두려움과 불안에 먼저 질식돼 병이 더 악화됐을지도 모르겠다.

“왜 벌써 절망하는가? 암에 걸렸다고 다 죽지 않는다. 그 어떤 순간에도 절대 포기하지 마라!”

일러스트레이션 장선환
일러스트레이션 장선환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는 책 뒤표지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그 밑엔 ‘암, 여기에 답이 있다’는 말과 함께 1. 먼저 암 박사가 되자 2. 수치는 숫자일 뿐이다.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3. 거리를 두고 차분히 사귀자 4. 암은 언젠가는 돌려보낼 수 있는 친구라고 여기자 5. 어설픈 대체의학을 믿지 말자 6. 항암 식품에 현혹되지 말자 등이 쓰여 있었다. 프롤로그와 책 목차, 뒤표지만 읽어도 뿌옇고 안개 가득한 내 삶의 터널 속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한 박사는 항암치료 기술이 덜 발달했던 1998년, 간에서 발견된 암덩이를 잘라낸 뒤 불과 두 달 만에 암이 폐로 전이돼 생존율 5% 미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 어떤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았고 항암치료를 받은 뒤 자신만의 원칙을 정해 일상을 지켜나갔다. 그 결과, 그는 2017년 84살의 나이에 자신의 책 개정판 서문을 썼고, 2019년 암 진단을 받은 나는 그를 책으로 만날 수 있었다.

왜 내가 암에 걸렸을까

암 진단을 받으니 잠시 시한부 환자가 된 것 같은 착각을 했다. 그런데 선배 암 환우이자 전문가인 의사가 들려주는 암 극복법을 살펴보니 나 역시 암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조금씩 생겨났다. 그제야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 방법도 많고 치료 효과가 뛰어나며 5년 생존율도 90%가 넘는다는 정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유방암에 대해 공부나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한 박사가 권한 대로 ‘암 박사가 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책을 고른 뒤 부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직에 빨리 이 소식을 알려야 대체 팀장도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선배…. 제가 오늘 병원에 다녀왔는데요…. 검사 결과가 안 좋아요. 제가 암이래요. 유방암.”

“뭐라고?”

“오늘 조직검사 결과 들었고, 수술할 병원 정했어요. 수술 날짜는 아직 안 잡혔고요. 아무래도 제가 빨리 복귀하지 못할 것 같아 우선 선배께 연락드렸어요.”

놀란 선배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통화하다 보니 가슴 한구석에 잠잠하게 고여 있던 눈물이 큰 파도가 되어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 참고 또 참고 참았지만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흐… 흐… 흐흑흑흑… 선배… 죄송해요…. 이런 일로 걱정시켜 드리고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아니야… 선아야, 진정해…. 너무 걱정 마…. 지금은 너만 생각해. 회사 걱정하지 말고. 일단 치료에 집중하자. 수술 날짜 잡히면 다시 연락줘.”

집에 돌아와 유방암 관련 책을 보니 가슴이 절제된 사진들이 수록돼 있었다. 외면하고 싶었고, 사진을 보니 무섭게만 느껴졌다. 잠시 느꼈던 희망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책에서는 유방암 발생의 위험 인자로 ①성과 나이 ②가족력과 유전인자 ③여성호르몬의 과다한 자극 ④유방치밀도 ⑤동물성 지방과 비만, 과다한 음주 등 생활환경 요인을 꼽았다.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는 40대 여성에게 가장 많다는데 나는 40대다. 가족력은 없었고, 두 번의 출산과 함께 두 아이 모두 1년 넘게 모유수유를 했다. 여성호르몬의 과다한 자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었다. 유방치밀도는 높은 편이었고, 동물성 지방 섭취나 과로, 비만 등은 해당되는 듯했다. 그러나 치밀유방이면서 나보다 동물성 지방을 더 섭취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지만 그들이 모두 암에 걸리진 않는다. 더구나 한 개의 유방암 세포가 자라서 손으로 느껴지려면 적어도 1㎝는 되어야 하고, 이론적으로는 평균 4~7년의 기간이 걸린다고 했다. 내 암의 크기는 2.5㎝라고 했으니 상당한 시간 동안 암이 자라왔다는 이야기인데, 왜 이전 건강검진에서 어떠한 낌새도 알아채지 못했는지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도 왜 내가 암에 걸렸는지, 왜 이제야 암이 발견됐는지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2019년의 마지막 달, 그렇게 나는 청천벽력 같은 암 진단을 받았고 울고 또 울었다.

사회정책팀 기자 anmadang@hani.co.kr

양선아 기자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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